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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설계

어차피 죽을건데 왜 사는지 모르겠다

by 힘차게발구르기 2025. 6. 1.

나는 항상 삶을 문제가 있는것은 제거하는 방향으로 살아왔다. 원천차단하는 방식이다. 맘에 안드는 사람은 그냥 무시했고 하기 싫은일보단 하고싶은일에 공들이며 살았다.

고통이 크다는건 남들보다 불후한 환경인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냥 아침에 샤워하고 밥을먹고 회사를가고 일을하고 사람을 만나는 모든 행위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생각이 든다. 내 삶에 행복이 없는데 왜 이렇게 귀찮은 일들을 하며, 무언가 내가 어릴때부터 하고싶었던 일을 지금이라도 하기위해 뛰쳐나가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그렇다고 밖에 나간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제는 너무 피곤하고 사실 그렇게 하고싶었던 것도 아니야 하는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그러다 ‘차라리 죽는다면 이런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텐데’ 라고 결론이 나 버리는거다.

이렇게 삶의 모든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고통의 근원인 삶을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음을 스스로 이행할 수 있는사람이 아니다. 죽고싶은 순간에 죽을 수 있는 결단력이 보편적인거거나 간단한 거라면 이 세상의 인구는 전멸했을거다.

불행 중 다행히도 어차피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언젠간 죽을거다. 나뿐만이 아니고 내 주변사람들도 다 죽을거다.
나는 죽음이라는 목적지로 향해가는 열차에 이미 전세계 인구와 다같이 탑승한 상태이니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수동적 죽음은 언젠가는 온다. 그러니 어차피 도착할 목적지를 어떻게 하면 더 빨리갈지 고민하는것도 사실 의미없는 일이다. 그건 열차 운전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이지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저 도착하는동안 열차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죽일지만 고민하면 된다.

다만 시간을 죽이는 무언가는 지속가능한 무언가여야한다. 각자 다른 열차를 타서 도착지까지 빨리 도착하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 도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도착을 못할수 있다. 괜히 흥청망청 돈 다 써버렸다가 도착지까지 한참 시간이 남으면 도착지에 도착할때까지 아사 직전의 배고픈 상태로 버텨야한다. 병걸렸는데 돈이 없으면 아픈상태로 목적지까지 버텨야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하고 시간을 죽이기 좋은 무언가를 해야한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굳이 하기싫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하나싶지만, 무언가 원하는걸 바라면서 하기싫은 일을 해내서 이루는것도 시간축이기에는 좋은 방향일지도 모른다. 80년을 더 살아야 할 수도 있는데 10년 20년정도 싫은일 하는게 대수인가? 하기 싫은일 하다가 도착지에 도착하면 그냥 내리면 된다. 억울할 것도 아니다. 누가 열차 안에서 시간 때우기 용으로 영화 봤는데 재미없었다고 그렇게까지 우울해하나? 그리고 어차피 시간죽이기인데 꼭 생산적일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삼삼하게 질리지않고 내가 평생 할수 있는일이 뭐가있을까? 그저 밥을 먹고, 잠을 잘 자고, 사계절을 온전히 즐겨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저 기차여행 중 멍때리며 창밖을 보는것과 같이. 굳이 옆자리 사람이 떽떽거리고 나를 귀찮게 한다고 해도 어차피 이 열차는 언젠가는 목적지까지 도착할 것이다.

언제 도착하냐고 도착시간에 목맬수록 시간은 더 느리게 흘러간다.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자.